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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극단 제66회 정기공연 ’오델로’

부산시립극단 제66회 정기공연 ’오델로’ 확대보기

공연프로그램 상세정보
공연일자 2019-12-12(목) ~ 2019-12-14(토)
공연시간 평일 저녁 7시 30분, 토요일 저녁 5시 (1일 1회 공연)
공연장소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주최 (재)부산문화회관
관람대상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입장료 전석 1만원
공연문의 051-607-3125
예매

공연종료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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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사이프러스 섬의 어느 밤.

떠돌이 광대, 악사들과 무덤지기들은 같은 날 죽은 4구의 시체를 놓고 매장을 앞두고 있다. 오델로와 데스데모나, 이아고와 에밀리아다.

떠돌이 광대와 악사들, 무덤지기들은 죽은 이들에 관한 풍문을 안주 삼아 술 마시고 그들의 기구했던 팔자를 노래하며 긴 밤을 새우고자 한다.

그 순간 벌떡 일어나 그들 앞으로 걸어오는 한 구의 시체가 있었으니...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그이는 다름 아닌, 데스데모나.

이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델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델로와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출 의도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연극이라는 신세계를 발견하고 만난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 만난 그이는, 사뭇 다르더군요.

그때보다 인생에 대해 뭘 좀 더 잘 알게 되어서라거나, 희곡을 통찰하는 능력이 좋아져서가 분명 아닙니다. 이유가 있다면, 이젠 내가 얼마나 속물인지 알게 되었고, 상실감과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며, 반성과 후회가 난무하고, 웃음보다 화를 더 잘 내고, 즐거움보다 무표정이 편하고, 아침보다 밤이 익숙한,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들이, 성공보다 실패가, 추억보다 부정확한 기억의 조각들이 많은.

태어난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지금이어서, 정도랄까요.

쓸쓸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시 만난 오델로.

 

?요즘은 그렇습니다.

오해와 질투에 사로잡혀 어리석은 죄를 저지른 수많은 오델로가 매일 뉴스에 등장합니다. 근본 없는 악마성으로 상징되는 이아고가 조직마다 꼭 한 명씩은 있어 욕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곤 하죠.
그리고,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는 데스데모나는 우리의 가족입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게 언제부터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연극이 현실을 잠식하고 있는 걸까요. 현실이 연극이 되어버린 걸까요.

의식의 흐름이 여기에 닿을 때 즈음.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정작 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가진 셰익스피어는 다분히 남성적 시각으로 이 문제를 풀고 작품을 써 내려갔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뤄보자. 데스데모나의 입을 통해 들어 보자구요. 우리가 매 순간 저지르는 차별과 편견에 대한, 비단 인종이나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그래서 데스데모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주체적인 인간과 여성으로서의 데스데모나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무어인 오델로의 그늘에 가려 순종의 여인으로 희생당해야만 했던, 데스데모나의 불합리한 선택을 거부해 봅니다.


연극을 하면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지를 아는 고통은 굳이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연출 의도를 글로 전달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이번 작업의 윤색을 함께 기획했으나, 안타깝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작가의 말을 빌려 연출 의도에 부연하고자 합니다.


작가의 말

 

사람들은 셰익스피어가 위대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늘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보면 재밌고, 슬프지만 또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오셀로를 비극으로 완성 시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그 시대 여성은 성녀 아니면 창녀가 되어야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관을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데스데모나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만 번 죽임을 당했고, 앞으로도 수만 번 죽임을 당할 데스데모나를 한번은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입을 더 많이 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비판하고자 했던 지점들을 아는 것을 넘어 그래서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젊은 여성에게 언제나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 노력하고, 호기심을 가지라던 강경화 장관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이 문장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모든 세대에게 의미를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든지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젊은 여성이자 생존자인 데스데모나는 이제 두렵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입니다. 그녀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그녀가 사이프러스 섬을 탈출해 가야 할 길은 성별을 막론하고 저와 당신이 가야 할 길이고, 함께 걸어야 할 길이자, 응원해야 할 길입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도 두렵지만, 사이프러스 섬을 탈출하는 일과 같을 것입니다. 데스데모나가 살아서 다음 해의 따뜻한 봄을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객 여러분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한 자락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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